
10월 중순, 전국 대학가가 중간고사 기간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요즘 캠퍼스의 가장 큰 화두는 시험 범위가 아니라 **"AI를 어디까지 써도 되나"**입니다. 과제는 물론 온라인 시험에서도 생성형 AI를 쓰는 일이 흔해지면서, 학생도 교수도 기준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이 논쟁에 불을 붙인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 브라운대의 한 경제학 강의에서 나온 **"96점과 48점"**이라는 두 숫자입니다. 오늘은 이 사례를 **'내비게이션과 길 찾기 실력'**에 비유해서, AI 시대에 시험과 공부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번 논쟁의 핵심
브라운대 로베르토 세라노 교수는 20년 가까이 가르쳐온 후생경제학 강의에서 처음으로 재택 중간고사를 허용했습니다. 캠퍼스 안전 문제로 교실 시험을 불안해하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평소 30명 안팎이던 수강생이 86명으로 늘었고, 중간고사 평균은 96점이 나왔습니다. 과거 평균은 65~80점 수준이었고, 만점자만 40명에 달했습니다. AI 부정행위를 의심한 교수는 학장의 동의를 얻어 기말고사를 감독관이 있는 대면 시험으로 바꿨습니다.
숫자로 보는 브라운대 사례
| 평균 점수 | 96점 | 48.6점 (역대 최저) |
| 특이사항 | 만점자 40명 | 0점 3명 |
| 응시 인원 | 86명 | 59명 (18명 수강 철회, 9명 미응시) |
수강을 포기하거나 기말에 응시하지 않은 27명 중 22명은 중간고사 만점자였습니다. 두 시험에서 비슷한 점수를 받은 학생은 극소수였고, 중간고사보다 기말 점수가 오른 학생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교수는 중간고사 성적을 무효로 하고 기말고사 비중을 80%로 높였습니다. 학교 측은 현재 이 사안을 조사 중이며, 모든 학생이 부정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도 함께 짚어둡니다.
한국 대학가도 같은 고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해 가을 연세대에서는 약 600명이 듣는 비대면 강의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집단 부정행위 의혹이 불거졌고, 서울대에서도 대면 시험 중 AI로 코드를 작성한 정황이 드러나 시험 무효화가 검토됐습니다.
통계도 상황을 보여줍니다. 최근 5년간 전국 49개 대학에서 적발된 부정행위는 224건이고, 이는 학교가 직접 파악한 건만 집계한 숫자입니다. 대학생 **91.7%**가 과제나 검색에 AI를 쓴다고 답했지만, 전국 대학 131곳 중 **71.1%**는 AI 관련 가이드라인조차 없었습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올해 봄 '대학 AI 활용 윤리 가이드라인' 시안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선언적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내비게이션과 길 찾기 실력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내비게이션만 한 비유가 없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켜면 처음 가는 길도 정확히 도착합니다. 하지만 매번 내비만 따라가면, 몇 년을 다닌 길도 내비 없이는 헤매게 됩니다.
브라운대 사례가 정확히 그렇습니다. 재택 시험의 **96점은 '내비를 켜고 도착한 기록'**이고, 대면 시험의 **48점은 '내비 없이 직접 찾아간 실력'**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성적표에는 두 숫자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성적은 높은데 실력은 쌓이지 않는, **'성적과 실력의 분리'**가 AI 시대 교육의 가장 큰 숙제가 된 이유입니다.
시험이 바뀌고 있다
그래서 대학들은 AI를 막는 것보다 평가 방식 자체를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브라운대 교수진은 시험 감독관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표결로 정했습니다. 다른 대학들에서도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 대면·필기 시험으로의 회귀: 감독관이 있는 교실 시험이 다시 늘고 있습니다.
- 구술 평가: 학생이 직접 설명하게 해서 이해도를 확인합니다.
- 과정 중심 평가: 결과물보다 초안, 수정 과정, 토론 참여를 봅니다.
- AI 허용 범위 명시: "이 과제는 AI 사용 가능, 단 사용 내역 제출"처럼 기준을 구체화합니다.
한 미국 공대 교수의 말처럼, 학생들은 교수가 알든 모르든 AI를 쓰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금지가 아니라 AI를 써도 실력이 쌓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학생과 직장인이 챙길 것
이 이야기는 학생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업무에 AI를 쓰는 직장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스스로 점검해볼 세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 내 말로 다시 설명할 수 있는가: AI가 준 답을 보지 않고 동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진짜 내 지식입니다.
- 가끔은 내비를 끄고 가보기: 중요한 개념은 AI 없이 먼저 풀어본 뒤 결과를 비교해보세요.
- AI 결과의 오류 찾기: AI 답변에서 틀린 부분을 하나라도 짚어낼 수 있다면, 도구를 부리는 쪽은 여러분입니다.
📌 오늘의 핵심 요약
- 브라운대 강의에서 재택 중간고사 평균 96점이 대면 기말고사에서 48.6점으로 떨어졌습니다.
- 기말을 포기한 27명 중 22명이 중간고사 만점자였고, 학교는 현재 조사 중입니다.
- 국내 대학생 91.7%가 AI를 쓰지만, 대학 71.1%는 AI 가이드라인이 없습니다.
- 대학들은 대면 시험, 구술 평가, 과정 중심 평가로 평가 방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성적'과 '실력'이 같은 방향을 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출처
- Inside Higher Ed 요약(beSpacific) — Brown Professor Suspects Majority of His Class Used AI to Cheat
- Anchorage Daily News — An Ivy League professor suspected AI cheating, so he decided to fight back
- TechSpot — Professor's chart exposes the scale of AI cheating in college exams
- 법무법인 대륜(언론보도) — 대학가 뒤흔든 'AI 커닝'…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회색지대
- 다음뉴스 — 티 안 날 줄 알았던 AI리포트, 걸리자 "교수님, 증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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