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와 트렌드

교과서였다가 교육자료였다가... AI 디지털교과서, 결국 법정까지 갔다

by 트렌드 가이드 2026. 9. 9.

 

한때 "5년 뒤엔 초3부터 모든 과목을 AI 교과서로 배운다"던 뉴스, 기억하시나요? 그런데 요즘 학교 현장을 보면 AI 디지털교과서 얘기가 예전만큼 들리지 않습니다. 대신 들려오는 건 '소송' 얘기인데요. 도입 발표부터 3년, 이 정책이 어떻게 격하되고 결국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는지 오늘 정리해드리겠습니다.

AI 디지털교과서, 애초에 뭐였길래?

2023년 6월, 교육부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을 통해 AI 디지털교과서(AIDT) 도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25년부터 수학·영어·정보 과목을 시작으로, 2028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 이상 대부분 과목에 AI 디지털교과서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죠.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을 진단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교사의 수업을 지원한다는 게 핵심 취지였습니다.

문해력 논란 → 격하 → 다시 격하

그런데 도입 발표 직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의 문해력과 집중력 저하, 스마트기기 과몰입 같은 부작용을 걱정하는 학부모와 교사가 많았고, 도입 유보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은 5만 명 넘는 동의를 얻어 국회 교육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2024년 12월 26일, 국회는 AIDT의 법적 지위를 '교과용 도서'에서 '교육자료'로 낮추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교육부는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2025년 4월 국회 재의결에서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AIDT는 일단 교과서 지위를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2025년 8월 4일, 재발의된 개정안이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AIDT의 법적 지위는 '교육자료'로 최종 격하됐습니다. 이에 따라 매달 5,000원씩 지원되던 구독료 예산도 끊겼고, AIDT를 추진했던 이주호 당시 교육부 장관은 이임하며 이 사안에 대해 "현장에 좀 더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저의 부족한 리더십 때문"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자율선택 전환으로 채택률 '뚝'

법적 지위가 바뀌면서 정책 방향도 '전면 도입'에서 학교가 자율적으로 채택 여부를 정하는 '자율선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결과는 숫자로 뚜렷하게 나타났는데요. 2025년 기준 실제 학교 현장의 AIDT 채택률은 30%에 그쳤습니다. 수요가 급감하자 웅진씽크빅, 천재교육 등 교육업계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이어졌습니다.

결국 법정으로 — 두 갈래 소송전

정책이 계속 뒤집히는 사이, 갈등은 결국 법정으로 옮겨갔습니다. 두 개의 소송이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① 손해배상 청구소송. 2026년 6월 23일, 동아출판·YBM·교문사·비상교육 등 AIDT 발행업체 약 10곳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가액은 수천억 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믿고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개발했는데, 교육자료로 격하되면서 회수 불가능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헌법상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 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논리도 함께 제기했습니다.

② 처분 취소 청구소송. 이와 별개로 천재교육과 YBM은 정부가 '전면 도입'에서 '자율 선택'으로 방침을 바꾼 결정 자체를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도 냈습니다. 그러나 2026년 7월 23일 서울행정법원은 이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재판부는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에 보낸 자율 선정 관련 안내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조 요청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죠.

행정소송은 일단락됐지만, 수천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이 소송의 결과에 따라 AIDT를 둘러싼 3년여의 갈등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가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시행 타임라인 한눈에 보기

시점 내용

2023.6 교육부, AI 디지털교과서 추진 방안 발표(2025년 도입 계획)
2024.12.26 국회, AIDT 교과서→교육자료 격하 법안 통과(교육부 거부권 행사)
2025.4 국회 재의결 부결 — 교과서 지위 일단 유지
2025.8.4 재발의 법안 최종 통과 — AIDT '교육자료'로 격하 확정
2026.6.23 발행사 약 10곳, 정부 상대 수천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
2026.7.23 천재교육·YBM의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각하

그래서 지금 학교에서는?

'교육자료'로 지위가 바뀐 이후 AIDT는 성적 산출이나 평가 목적으로는 활용할 수 없고, 수업 보조 참고자료로만 쓰일 수 있습니다. 또한 도입 여부가 학교 자율에 맡겨진 만큼, 어떤 학교는 계속 활용하고 어떤 학교는 아예 쓰지 않는 등 지역·학교별 편차가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도입 초기부터 정부 기조에 적극적이던 일부 교육청은 자율선택 이후에도 채택을 독려하는 반면, 신중한 입장이던 교육청은 사실상 활용을 접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다니는 학교가 AIDT를 실제로 쓰는지, 어떤 과목·방식으로 활용하는지 학기 초 가정통신문이나 학부모 총회에서 한 번쯤 확인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정부 예산 지원이 끊긴 상태라 학교나 지자체 예산으로 자체 조달하는 경우도 있어, 활용 여부와 비용 부담 방식이 학교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핵심 요약

  • 2023년 전면 도입이 발표됐던 AI 디지털교과서(AIDT)는 문해력 저하 논란 끝에 2025년 8월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법적 지위가 최종 격하됐습니다.
  • '전면 도입'에서 '자율 선택'으로 정책이 바뀌며, 2025년 기준 실제 학교 채택률은 30%에 그쳤습니다.
  • 발행업체 약 10곳이 2026년 6월 정부를 상대로 수천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 천재교육·YBM이 별도로 낸 처분 취소 소송은 2026년 7월 1심에서 각하됐습니다.
  • 학교마다 AIDT 도입 여부가 갈리는 만큼, 학부모는 자녀 학교의 실제 활용 방식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